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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림 시 (719)

    날림 시

날림 시 - 가을 밤에 비가 내린다
이 름 : 바다아이   |   조회수 : 9296         짧은 주소 : https://www.bada-ie.com/su/?611591803195




가을 밤에 비가 내린다

가을이 와도
달라진 것 없는 백수는
비가 와도
딱히 손해보는 일이 없다.
지붕위에 떨어지는
알갱이 터지는 소리에
텅빈 것 같은 심장을
방 한곳에 내려놓고 만다.
두룩두룩 빠르게도
느리게도 아닌 것이
한개마다 음율에 따라
가슴에 소리없는 자국을 만든다.
해온 일들의 후회와
해나갈 것에 대한 두려움은
검은 밤하늘에 검은 구름을 심는다.
지난 날의 사랑은
매번 오는 비에 기억조차 나지 않고
몇번째인지 모를 밤은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게 낯설다.
변한 것도 없는데
얼굴에 주름은 접혀가고
해논 것도 없는데
이곳저곳 쑤신 몸이 서럽다.
비에 가을에 세상이 가도
모든 것이 낯설고
거울에 비친 내가 오늘은 남이다.
손해 본 것도 없는데
세상에 내려진 것만으로 이미
가슴 가득 무언가 꼭꼭
바위에 눌린 것만 같다.
가을이 와도 백수는
딱히 손해보는 일이 없을텐데
이상하게 나는
흐르는 빗물이 눈물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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