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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림 시 - 베짱이의 사랑
이 름 : 바다아이   |   조회수 : 9030         짧은 주소 : https://www.bada-ie.com/su/?381591804763




베짱이의 사랑

피리를 불고
노래를 불러라.
때로는 그녀도 온다.
곡식도 충분하고
사랑 가득 꿈도 주었다.
아름다운 그녀는 웃었고
나는 여전히 누워 다리를 떤다.
어깨에 걸친 사랑의 금파는 울리고
별은 빛으로 축복이며
밤은 내내 그녀와 나의 이불자리를 만들어
볼에 홍조를 띠었다.
두눈에 초롱한 그녀의 눈물이
이따금 보이길래
뿌듯한 마음에 한번 더 그녀를 안아 주었다.

**

바람이 불어와
곡식을 날리고
여미어지는 단추에
앉아 있기가 힘들어졌다.
어느날은 그녀가 춥다고 했지만
조금만 있으면 괜찮아질 거라 나는 생각했다.
얼어붙은 그녀는 온기를 찾아 떠났고
남아있는 나는 삿대질에 그만 화가 잔뜩 났다.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고
배가 고파 비로소 짐을 실러 나갔다.
따사한 공사장의 모닥불이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여전히 그녀는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진 않았다.
외로은 날은 영원으로 불려졌고
가슴가득 원망과 분노가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때부터 가을이 되면
나는 유난히 몸은 고되었지만
더 많은 일을 하며 겨울을 준비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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