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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림 시 (658)

    날림 시

날림 시 - 시궁창 속의 나
이 름 : 바다아이   |   조회수 : 6053         짧은 주소 : https://www.bada-ie.com/su/?521591814939




시궁창 속의 나

깨어지고 나면
물과 항아리를 멍히 쳐다보게 되는
차가운 바람에 날려온 낙엽 하나
아무런 말이 없다.

아프고 떠나야
사람 또한 덤덤해 질 줄 아는 법
비어버린 곶간,
다 낡아 버린 옷가지에서
마음은 다시 새살을 붙인다.

왜 언제나 항상
탈탈 털어 먼지조차 보이지 않게 만들어갈까
그 한가닥의 미역줄기라도
나는 목구멍에 넣었어야 했을 것을...

어리석었다.
순간 잡아당긴 고무줄은 결국
언젠가 힘이 다 되면
내 뱜을 후려칠 것이었는데...

아프고
이갈리게 질기구나...
여전히 돌아올 것 같지 않은 빛에
뒤를 돌아보지만
어둠은 짙어가고 바람은 살을 에이는 구나.

그럼에도 죄를 걷고 또 걸었다.
빠진 발에 쓰린 곰팡이가 피를 흘린다.
마를 날이 머지않아 올 수 도 있을 희망이
이 질퍽한 흙더미에도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그나마
아주 조금씩 조금씩
땅이 굳건해지고 있어서 일까
스스로 벗어나야 한단 생각이
잡아채는 뒷덜미에도
내 발을 앞으로 앞으로 딛게 만드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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