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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림 시 - 길을 잃다 2
이 름 : 바다아이   |   조회수 : 9126         짧은 주소 : https://www.bada-ie.com/su/?981591783106




길을 잃다 2

행복하지가 않다.
빈 상자와 빈 그릇, 빈 유리잔에서
서리에 찬 물방울 하나 스쳐간다.

다 터져버린 입술 사이로 한숨 하나
욕심인 걸까..
자꾸만 채우려는 무언가가 있다.
무료함도 아니고
외로움도 아닌 이것은
사람 바닥에 앉아 언제나 기회를 노린다.

옆 사이로의 길
술도 괜찮고 일탈도 나쁘지 않다.
다만...
똑같이 시작되는 그 끝은
깊고 깊은 심해의 약속처럼
어둡고 희미해져 간다는 것.

자리가 낯설다.
어제와 오늘 사이 금은 두텁고
내일은 뿌연 연기 사이로 기약이 없다.
의미없는 집착에 늙어가는 나 자신의 깨진 거울 하나,

모르겠다.
입에 나부낌도...
잠든 의지에 결심도
터져버린 쓸개의 번짐까지...

바람만 불고
비가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아무것도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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